내 살과 피를 먹고 마셔라

 
 요즈음 예수의 말씀이 깊게 와닿는다.

 이 빵을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살이다.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내 피이다.

 그가 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다.
 또한 그가 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술이다.

 그러니 즐거이 먹고 마시는 축제를 벌이자!
 예수의 살과 피가 나의 영양분이 되리라.
 그의 존재가 곧 내 존재를 구성하게 되리라.
 
 나는 그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가 내가 되고 또한 내가 그가 되리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못하고
 오로지 그가 남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얽매인다.

 그가 남긴 말 하나하나를 꼬치꼬치 분석하고 이론화하여 계율로 만들고,
 자신이 만든 계율에서 어긋나는 자는 지옥불로 차넣는다.

 예수는 가장 맛난 빵과 가장 향기로운 술을 주셔서
 지상에서 이미 천국과 같이 즐거운 축제를 벌이도록 하셨는데
 
 그들은 예수를 죽음의 사도로 만든다.
 예수의 말이 계율이 될 때, 그의 말은 지상을 지옥으로 만든다.
 아집과 망상, 독선과 증오가 가득한 세상으로.

 예수를 존경하는 자라면 마땅히 그래서는 안된다.
 그가 남긴 말을 화석화시키는 것은 추한 일이다.
 
 예수는 우리가 그를 먹고 마시기를 바랐다. 
 먹고 마셔서, 그가 우리가 되고, 우리가 그가 되기를 바랐다.  

 예수를 진정 존경한다면 우리는 그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가 다른 이를 사랑하듯 우리도 다른 이를 사랑해야 하고,
 예수가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을 더욱 포근하게 감싸안듯 우리도 그들을 감싸안아야 한다.
 예수는 계율을 어긴 여인마저도 죄 없는 자만 그녀를 치라며 용서하셨다.
 그것은 위대한 삶이고, 위대한 길이다.
 그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처럼 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예수의 삶과 같아지도록, 
 우리는 그의 피와 살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될 때, 그의 살보다 맛난 빵이 없고, 그의 피보다 향기로운 술은 없다.
 그와 같이 될 때, 나의 몸은 그 어떤 다른 빵과 술을 먹고 마실 때보다
 환희에 차고 즐거움에 넘칠 것이다. 

 그의 말을 딱딱하게 굳혀 계율로 만드는 것은 추하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그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은 아름답다.
 
 나는 아름다운 길로 걸어가고 싶다.


by 어디로든 | 2009/09/19 01:06 | 긴 생각 | 트랙백 | 덧글(0)

신세대 어른


 정확히 몇살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내가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을 때 일이다.
 
 <어린 왕자>는 너무 재미있는 책이었다.
 나는 흠뻑 빠져 그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도 그림을 그렸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이었다.
 나도 <어린 왕자>에서처럼 이 그림을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정말 모자라고 대답하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책과 영 닮진 않았지만 그림을 들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이게 어떤 것 같아요?"

 어머니는 그림을 보고 웃으시며 말했다.
 "그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이잖니."

 오오, 어떻게 어머니는 어른이면서도 이렇게 쉽게 정답을 말할까!
 나는 그 때 알았다.
 생텍쥐페리가 어른들에게 비밀을 말해버렸다는 것을.

 생텍쥐페리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의 그림이 모자와 비슷하다는 것을,
 그러나 모자는 아니라는 우리 어린이들의 비밀을 이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말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비밀을 그토록 쉽게 맞추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른들은 진화했다.
 그들은 이제 신세대 어른인 것이다.
 

by 어디로든 | 2009/09/18 00:34 | 짧은 생각 | 트랙백 | 덧글(2)

짜릿한 바둑 한판


 일기일생.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바둑.

 상대의 묘수가 아니라 나의 실수에 의해 이기던 바둑이 뒤집어지고
 나의 묘수가 아니라 상대의 실수에 의해 지던 바둑을 다시 뒤집었다.

 변화를 예측하려 애쓰지만
 바둑판 위를 흐르는 흐름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도 흐르지 않으며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삶과 비슷하지 않은가?

 마지막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뒤집히고 뒤집으며 요동쳐 흘러가는 바둑판위의 변화는
 언제나 마우스를 쥔 손에 땀이 밸 정도의 즐거움을 준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바둑을 둔다.
 자아, 바둑 한 판 두어볼까! 
  

by 어디로든 | 2009/09/17 22:52 | 잡담 | 트랙백(1) | 덧글(0)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만나고 싶다.
 다만 만나보고 싶다.

 나와 같은 물음표를 가지고
 나와 같은 새까만 어둠 속을 어슴푸레한 등불을 들고 헤메이는 사람을.

 어떠한 말도 필요 없이
 침묵 속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by 어디로든 | 2009/09/17 00:21 | 잡담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